[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 21대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이번 총선은 최악의 20대 국회를 마무리하고 새로 출범하는데다, 신속처리법안인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해 통과된 선거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21세기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이끌 중요한 선거로 평가할 수 있다.

◇ 선거제 개편 따른 한국정치 지형도 변화, 각종 변수 영향

특히 이번 총선은 과거처럼 기존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판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중소규모 정당들의 약진으로 연합과 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선거제 개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정치의 대변혁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 보수 진영 분열과 통합 여부, 정권 및 야당심판론까지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게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에 맞는 심판의 성격과 함께 그동안 삭발, 단식, 장외집회 등 극단적인 반대정치에 골몰해온 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까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판세는 과거 어떤 선거보다 유동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 호남과 대구경북(TK) 지역의 표심 및 충청 등 각 지역 판세, 이번 선거법 개정에 따라 새로 투표권을 부여받고 등장한 만 18세 유권자 53만명 표심, 문재인 정부 민생경제정책 성과 및 최근 북미간 힘겨루기 등 북한 이슈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따른 중소규모 정당 약진 주목

이번 총선은 집권 4년차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따른 탄핵 이후 분열된데다 극우진영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는 보수 정치권의 향후 지형도까지 좌우할 전망이다.

사실상 극우정당의 색채가 농후해진 자유한국당, 새롭게 출범한 유승민 의원 중심의 새로운보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복귀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교섭단체 획득이 가능해질 정의당 등 각 정당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전망이다.

특히 촛불혁명의 개혁과제를 안고 출범했으나, 자유한국당의 ‘개혁 반대 및 국정마비 전략’에 따라 고전한 가운데 마침내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의 출범에 성공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침체한 민생경제 및 불확실한 대외관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것인지에 향후 정국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각 정당은 6일부터 100일간 명운을 건 선거 총력전에 나선다.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선거제 변화가 실제 정치지형도를 얼마나 바꿀지 여부다. 소수 정당들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의석을 확보하고, 두 거대 정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힘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동안 한국정치를 양분해온 두 거대 정당이 어느 정도 국민의 신뢰를 받아 향후 대통령선거 등 다가오는 정치지형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할지, 한국당이 창당을 준비 중인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이 어느 위력을 발휘할지, 민주당도 비례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다른 중소규모 정당들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이 관심사다.

◇ 문재인 정부 및 민생경제에 대한 평가 관심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5월)을 전후한 선거이며, 집권 4년차 선거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관심사항이다. 연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집값 안정 등 주로 경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다수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2020년 친환경차 수출 1호 '니로'에 기념 깃발을 달아주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30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경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나빠졌다’(49.1%)고 답한 비율이 ‘좋아졌다’(15.8%)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자의 66%가 소득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답하는 등 소득격차는 줄었지만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의 경우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격차는 2011년에는 8배가 넘던 것이 6.5배 정도로 줄어, 역대 가장 작았다. 반면 순자산을 보면 상위 20%는 10억이 넘는 반면 하위 20% 는 천만원도 안돼 차이가 125배가 넘는 등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3%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자산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산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함께 근본적으로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최대 과제가 된 셈이다.

◇ 보수 통합, 18세 유권자, 북한 변수 등 주목

분열된 보수 진영의 통합, 합종연횡도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합집산해온 보수 진영은 연초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와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보수당 창당 등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을 두고 한국당 내에서 친박과 비박진영의 입장이 엇갈리고, 황교안 대표가 친박과 함께 강경파로 분류되는 신주류에 힘을 실어주면서 장외투쟁 중심의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이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야권에서는 여권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보수 ‘빅텐트론’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제시되어 왔지만, 정치철학 및 향후 정치적 지향과 방향을 놓고 세력간 힘겨루기와 갈등 양상이 진행되면서 실제 통합 및 선거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강경 장외투쟁 중심의 연말정국 상황과 필리버스터 전략의 실패를 놓고 황교안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어서 혼란스러운 양상이다.

올해 총선에 새로 등장하는 만 18세 유권자 표심도 지역에 따라서는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각 지역별 선거구마다 편차는 있지만, 10표~1,000표 안팎에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구에서는 이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국단위 선거에서 20대 유권자 투표율이 저조했던 점과 일본에서도 18세 선거연령 인하 후 청년층의 선거율이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18세 신규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 각 정당이 얼마나 18세 이상의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투표장으로 이들을 이끌지가 관건이다.

또 최근 전국단위 선거에서 부동층인 스윙보터 역할을 했던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과 함께 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충청과 강원지역 민심도 이번 총선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하태경 책임대표를 비롯한 공동대표단과 유승민 의원이 당기를 흔드는 동안 참석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뉴시스

북한 변수도 중요하다. 북한이 사실상 도발을 예고한 상황인데다, 선거 직전인 3월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경우 북풍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으로 야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월 총선 전후 깜짝 방남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언론이 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실사구시’ 국민 눈높이 맞는 정치권 혁신이 관건

문제는 정치권의 혁신 여부다. 합리적인 상식과 민주주의 관행에 부합하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수준높은 정치를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장외투쟁을 반복하며 국회를 마비시키는 전근대적 정치를 계속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의 정치를 할 것인지, 그동안 국민 눈앞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행보는 국민의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민생법안을 볼모로 힘겨루기를 벌여온 국회의 무능 행보도 심판 대상이다. 그동안 대결 양상을 보여온 국회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유치원3법의 통과 가능성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고,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개정안), 인터넷전문은행법부터 소상공인기본법, 해인이법 등 경제·민생법안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달 4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법안통과율 30%로 사실상 역대 최악의 국회를 기록한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20대 의원들은 국민들에게는 사실상 심판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권은 조선조 실학자들이 보여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실사구시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 또는 정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 객관적인 태도를 말한다.

이는 <한서>(漢書) 권53, 경십삼왕·하간헌왕덕전(景十三王·河間獻王德傳)에서 나온 말로, 공리공론을 일삼는 송·명대의 학문을 배격하여 내세운 표어를 가리킨다.

조선 후기의 실학파에 영향을 미친 학문적 경향으로, 민족문화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선명히 하고 금석·전고 등에 관한 격조 높은 학문성을 보여주면서 사회개혁을 이끌었던 학풍이다.

극단적인 이념이나 이익을 놓고 대결하기보다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도전이나 난제를 극복하는 실용적이고 주체적이며 개혁적인 실사구시 정신으로 우리 정치권이 돌아갈 때다.

국회의 토론장에서 만나 치열하게 논의하고 협상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에서 보듯, 오는 4월15일 선거는 그들의 참담한 무덤이 될 것이고, 국민의 힘에 의해 새로운 정치가 탄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혜의 시대인 2020년 경자년을 맞아 천리와 민의에 따르는 대승적이고 민주적이며 개혁적인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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