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늘어나… 전세가격 상승도 한 요인 꼽혀

[이코노뉴스=이성주 기자] 지난 8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주택자금 수요와 주식 투자자금 수요 지속에다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까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 지난 8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지난 3월(9조6000억원)의 증가폭을 뛰어넘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늘어났다. 지난 7월(4조원) 잠시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 6조1000억원 늘어나 증가폭을 다시 확대했다.

지난 6월 이후 수도권에서 크게 늘어난 아파트 매매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경기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3월 2만호, 4월 1만6000호, 5월 2만3000호 수준에서 6월 5만1000호, 7월 3만3000호로 증가했다.

전셋값이 오른 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7월 2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6월 0.53%, 7월 0.63%에서 8월 0.81%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8월 중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조7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도 2004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자금 수요에 더해 주식투자와 생활자금 수요 등이 이어져 기타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 생활자금의 경우 재난지원금 효과 소멸로 8월부터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8월 중 기업대출 증가폭은 지난달 대비 줄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꾸준히 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잔액은 782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속보치를 통계작성한 2009년 이후 가장 큰폭의 증가세다.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개인사업자의 대출수요와 정책금융기관 등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8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000억원 줄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시장등 직접자금시장이 개선되면서 대출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다만 이달에는 추석 상여금 지급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소폭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최근 가계대출에는 주택자금 뿐 아니라 주식 투자자금과 생활자금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9월에는 추석 상여금 유입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축소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달에는 지난달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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