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국내에서도 ‘바다의 로또’라는 참다랑어(참치)양식이 성공했다.

일본 호주 카리브해 일부에 이어 세계 4번째다. 아직 어미로부터 부화해 키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 6월말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작은 치어를 잡아 성어로 키워낸 인공 참치를 상업용으로 출하했다.

▲ 남영진 논설고문

2015년부터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떼어내 인공치어를 부화시키는 실험에 성공해 내년이면 어미로부터 직접 부화, 축양, 출하 등 참치 양식이 성공하리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태평양 참다랑어 멸종을 주도한 수산업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참치양식업에 일찍 뛰어들었다. 생산량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양식참치 사업에 대한 투자였다.

일본 어민들은 옛날부터 본주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의 태평양쪽 바다에서 고래 잡듯이 작살과 낚시로 잡아왔다. 그러나 수요가 늘자 60년대부터 본격 원양어업에 나서 남태평양, 아프리카의 서해안인 카나리아제도 등지에서 참치 잡이를 계속해와 씨를 말린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동원 사조산업 등 원양어선들이 가세해 80년대에는 일본보다 더 많은 어획량을 기록했다.

대부분 횟감은 일본으로 수출하고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참치캔 등을 만들어 미국 등지로 수출했다.

그래서 이제는 어획량 쿼터를 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 태평양 참다랑어를 좋아해 뱃살부위의 회나 스시 값이 비싸다. 이 스시가 홍콩 상하이 등 중국으로 진출하더니 회를 먹지 않던 중국인들도 맛을 들여 국제 참치 값이 폭등했다는 설도 있다.

멸종위기에 몰리고 어획쿼터가 계속 줄어들자 우리도 호주와 일본의 참치 가두리 양식을 보고 자구책에 나선 것이다.

▲ 일본 도쿄 쓰키지 어시장에서 한 어린이가 새해 첫 참치 경매가 시작되기 전 유심히 참치들을 살펴보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자료사진】

90년대까지만 해도 참치나 연어 등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다니는 회유성 고기들을 가두리 양식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참치와 연어의 붉은, 분홍색 육질은 먼 거리를 유영하기 때문에 근육에 많이 축적된 헤모글로빈 덕분에 회로 먹을 때 식감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심 30m이상 깊은 바다에 큰 그물을 치고 기르면 워낙 빨리 헤엄쳐 충분히 운동 살이 배기는 것이 확인됐다.

일본인들은 이미 양식 참치의 식감이 자연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양식 참치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연어도 그렇다. 국제 시장에 연어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노르웨이산 연어의 절반 이상이 북해의 찬 바다에서 기르는 양식 연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미식가도 양식 연어나 자연 연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가 직접 나서 제주 서귀포에 있는 국립수산연구원에서 참치 부화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파도가 잔잔한 내해의 만이 아니라 파도가 센 외해의 깊은 바다에서도 가두리양식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어를 잡아 작은 고기 때부터 크는 단계별로 멸치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의 안정적인 먹이로 잘 키워 낼 수 있다. 우리 바다가 온난화로 참치 치어가 많이 북상하자 병목인 전남 여수앞바다에서 치어를 잡아 물 맑은 욕지도 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워 지난 6월말 첫 상업 출하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참치회 맛에 익은 소비자들은 싼 회를 기대하게 됐다. 물론 한해 4800여톤(약 1억1000만 달러)을 수입하는 우리에겐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을 주리라고 기대한다.

일본은 이미 대기업의 참여로 완전 양식에 성공해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인 도쿄의 쓰키지(築地)시장의 전문점에서는 경매시장과 참치 해체쇼가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

▲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인 도쿄 쓰키지 수산시장에서 올해 1월 5일 405kg짜리 참다랑어가 선보이고 있다. 이 참다랑어는 이날 3650만엔에 낙찰됐다. 【도쿄=AP/뉴시스 자료사진】

이미 양식참치는 마루하니치로(マルハニチロ)와 코쿠요(極洋)의 2개사가 상업 판매를 시작했는데 올 3월부터는 니혼수산(日本水産)까지 가세했다 .

일본에서 지금까지 한 마리당 최고가격은 2013년 222kg짜리 약 15억원인데 점점 싸져서 올해는 엄청난 크기의 405kg 짜리가 3억4000만원에 거래 됐다.

일본 내 횟감용 참치 소비량은 연간 40만톤 가량인데 양식참치는 아직 1만5000톤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양식참치가 전체 소비량 8만5,000톤중 절반에 가까운 44%나 된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파는 참치 중에도 사조, 동원 등 우리 원양어선이 잡아온 어획참치와 일본, 호주, 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양식참치가 절반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부터 참다랑어를 수산물 유망품목으로 지정해 양식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호주 남쪽의 작은 어촌 포트 링컨(port LINCOLN)에서 이미 참다랑어 대량양식이 성공해 어민 1인당 1억여 원의 연간수입을 얻고 있는 데에 주목했다.

게다가 국제 참치 값이 뛰고 남획이 심해지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멸종위기 ‘레드 리스트’에 올리고 중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CF)가 일본 한국 등에 어획쿼터를 감축했다.

일본에서 최고 횟감으로 치는 마구로와 뱃살 토로는 참치류 전체의 1%도 안 되는 태평양 참다랑어에서 나온다. 참치의 2대종인 다랑어와 새치 중 다랑어는 태평양에서 주로 나온다.

부리가 삐죽 튀어나온 새치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바다와 노인’에서 사투를 벌인 미국 플로리다 남쪽과 쿠바의 서쪽 멕시코 만이 주 생산지다.

▲ 지난해 4월 8일 서울 롯데몰 은평 센터홀에서 열린 대형 참치 해체쇼에서 관람 고객들에게 즉석에서 초밥 등을 제공하고 있다./롯데자산개발 제공

로마시대부터 지중해에서 잡아먹었던 참치도 조금 작지만 다랑어류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수온도가 높은 여름철에 제주도, 흑산도 부근에서 가다랑어가 잡혀 유배를 갔던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바닷고기는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참치는 40~50kg이상이어야 마블링이 발달해 먹을 만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크기다.

요즘 이마트에서 파는 참치도 멕시코 만에서 양식한 참다랑어인데 잡자마자 급속 냉동해 비행기로 운송해 72시간 내에 각 매장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물론 맛의 요체는 냉동된 성체를 해동시키는 기술. 지금은 우리 해동기술이 일본에 뒤지지 않아 싱싱한 회가 가능하다.

다랑어 외에 참돔 감성돔 등 돔 류, 광어 가자미 우럭 등은 거의 양식이지만 민물고기 중 유일하게 회로 즐기는 쏘가리도 양식에 성공했다.

아직 민물장어와 쏘가리는 부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치어를 잡아 키우는 대량 양식은 유행하고 있다. 수산 자원 고갈로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급히 바뀌고 있다. 먹어야 하고 소비자의 입맛도 변하니 돈이 이를 따라 공급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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