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의지를 강조했다.

오는 11월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를 출시하고 예정대로 연기금 차익거래세 면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신주 의무투자기간 등 제도 보완책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터키발 금융불안과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지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용 지표 악화로 경기 둔화 우려도 나온다. 상반기 지수를 끌어올렸던 바이오주도 거품 논란과 회계 감리 강화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정부가 다시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상승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계 및 유관기관과 '코스닥시장 점검을 위한 시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연초 밝힌 대로 연기금 차익거래세 면제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오는 11월에는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발표한 정책을 재확인한 셈이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추가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 6개월인 코스닥 벤처펀드의 신주 의무투자기간 등 제도 보완 사항은 향후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시장 개혁과제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덤덤했다. 올해 1월 발표했던 정책을 강조한 데 그친 데다 무역분쟁과 신흥국 위기 우려, 바이오주 회계 감리 강화, 내수 부진 등 대내외 악재를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2.52포인트(0.33%) 내린 769.78에 마감하며 2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앞서 지난 4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경우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2조원에 넘게 자금이 몰려 흥행몰이를 했다. 그러나 자금 유입이 둔화되며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2조9583억원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월29일(927.05) 고점을 찍은 후 횡보세를 보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직후인 4월17일 901.22를 마지막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748.89까지 주저앉아 고점 대비 19.2% 하락했다. 삼상바이오로직스에서 비롯된 바이오 기업의 회계 감리 논란과 무역전쟁 우려가 코스닥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들어 거래도 부진하다. 지난주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6000원으로 연평균 5조8000억원에 못미친다.

국민연금 CIO 선임이 늦어지며 기대했던 기관 자금 유입도 요원하다. 코스닥시장에서 연기금은 올해 5266억원어치를 사들여 지난해 순매수 규모(1968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80%를 웃돌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코스닥 활성화 방안 시행 의지를 재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연기금 차익거래 증가는 시장 거래량 늘리는 요소이나 방향성을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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