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노승용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 성북구에서 작은 실험이 있었다.

길거리 금연구역 결정과정에 주민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최근 길거리 흡연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길거리 금연을 실시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곳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자 하였다.

▲ 노승용 교수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다면 성북구청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길거리 금연 시행여부와 장소를 결정했을 것이다.

실제로 관내 여대 앞과 큰 길 등이 길거리 금연지역 후보지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성북구청은 기존의 공무원 중심 의사결정 대신 주민참여 방식을 도입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예상 밖으로 주민들은 마을버스 정류장을 길거리 금연지역으로 택하였다.

주민들에게는 마을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의 담배냄새가 가장 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전통적 방식이었다면 이런 주민의 생각과는 다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주민참여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를 우리는 자주 인용한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 사회의 현실은 헌법 정신이 그대로 발현된 상황은 아니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구호와 함께 일부 실천노력이 있었지만, 한 때의 행사로 끝나버린 경우가 많았다.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실시한 국가도 주인으로서의 국민역할과 이를 위한 시민참여를 강조하였지만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은사이신 미국의 샤흐터(Schachter) 교수는 20세기 후반에 소비자로서의 국민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국민역할을 강화해야만 실질적인 정부혁신과 정부성과 향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신공공관리론이 시민을 단순히 소비자로만 보던 방식을 비판하면서 주인으로서의 국민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부는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다. 2018년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28개 조사대상국가의 평균 정부신뢰 수준은 48점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평균 이하의 ‘신뢰적자’ 상태이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잘 참여하는 응답자들의 정부신뢰 수준이 그렇지 않은 일반 대중에 비해 높았던 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일반적으로 정부는 시민의 대리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리인인 정부가 주인인 시민의 뜻을 헤아려 일을 하는 경우보다 시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결정하는 경우, 원하는 바를 직접 얻게 되어 정부에 대한 만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정부는 시민참여의 장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고, 시민은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사회문제가 해결되고,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며, 보다 만족스러운 정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관리에 국민참여를 최초로 도입였다. 지금까지 정부인력 관리는 전문분야라 여겨졌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 또는 전문가만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정부는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며 주인인 국민의 요구에 맞추어 정부를 운영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조직관리가 일부 전문가와 공무원의 영역이 아닌, 시민참여가 필요한 분야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행정안전부의 시민참여 조직관리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며, 국민의 정부신뢰와 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조직관리 분야의 국민참여는 정부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주인인 국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정부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여 더 나은 정부운영을 꾀할 수 있다. 시민참여는 시민과 정부의 상호이해를 향상시켜 보다 나은 정부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윈윈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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