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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야생지대를 향하여”… 아포리즘으로 수놓은 공존의 열망

기사승인 2019.04.30  15: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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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의 신간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체체야, 넌 자유가 뭐라 생각하니?”

▲ 김선태 편집위원

안도현 시인이 1996년 『연어』를 출간한 뒤 23년 만에 그 후속편이라 할, 어른을 위한 동화 『남방큰돌고래』를 펴냈다. 지난날 연어의 입을 통해 희망과 열정의 메시지를 전하여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긴 그가, 이번에는 사람에게 포획되었다 풀려난 남방큰돌고래 체체의 눈과 입을 통해 다시금 소중하고 절실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연어』 이후 23년 만에 펴낸 안도현의 어른동화

체체의 이야기는 곳곳에 유머와 해학을 실은 채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바다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올해 열다섯 살이 된 남방큰돌고래 체체는 여태 관심이 없었던 바깥세상의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시간은 겨울에 서쪽으로 세력이 확장되는 제주 난류보다 빨랐다. 이러다가 너무 빨리 늙고 너무 빨리 죽지 않을까 하는 것도 고민의 하나였다.

▲ 『남방큰돌고래』 = 안도현, 휴먼앤북스, 180쪽, 2019년 5월 1일.

어느 날 먼 곳으로부터 할아버지가 돌아와 체체의 가족 품에 안겼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할아버지는 체체에게 말했다. 너는 완전한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 완전한 돌고래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과 같은 돌고래지.

그 말을 새기면서 체체는 홀로서기에 나섰다. 마음의 야생지대, 새로운 운명이 펼쳐질 다른 세상을 꿈꾸면서. 그러던 어느 날 고등어떼를 따라가던 체체는 어부들이 쳐둔 그물에 걸렸고 네모 난 바다, 인간들이 만든 동물원 수조로 옮겨졌다. 고된 훈련이 이어졌고 죽은 전갱이를 받아먹으며 돌고래 쇼에 동원되었다. 보다 못해 환경운동가들이 나섰고 이어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체체는 갇힌 지 3년 만에 고향인 제주 바다에 풀려났다.

그렇지만 체체는 완전한 돌고래가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함께 뛰놀던 무리와 사랑하는 암컷 돌고래 나리를 떠났다. 만선의 욕심 때문에 난파의 위기에 처한 선장을 보았고, 세계를 유영하는 범고래 올커스에게서 커다란 것은 작은 것들에게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잠수함은 체체에게 인간들이 돌고래를 무기 삼아 훈련시켜 죽음으로 내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아포리즘으로 수놓은 평화와 공존의 열망

그렇게 체체는 자연과 바다와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치며 계속 나아갔다. 완전한 돌고래가 되기 위한 체체의 지난한 여정 속에 인간과 자연의 대화와 평화, 공존을 열망하는 아포리즘들이 주옥처럼 펼쳐진다. 그중 일부를 옮겨 본다.

- 육지에서는 이미 누군가 반듯하게 닦아 놓은 것을 길이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 그 딱딱함을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다에는 우리 같은 돌고래나 전갱이나 크릴새우의 길이 아직 생성되지 않은 채 앞에 놓여 있다. 우리가 헤엄쳐가야만 길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래서 길가에 이정표 따위를 세워두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의 방향이 우리 몸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 상처는 살아온 시간의 무늬지.

- 울고 싶을 때는 영혼이 다 빠져나가도록 울어야 해, 울음은 몸속의 슬픈 영혼을 배출하는 환기구잖아. 울음은 슬픔을 배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잠든 것들을 깨우는 약이 되기도 하지. 슬픔은 나누는 것이지. 슬픔의 씨앗이 더 발아하지 않도록 함께 나눠 가져야 해.

- 상대방의 마음 바깥에서 상대방의 마음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부분은 도가 넘는 말과 행동을 하지, 그건 부끄러운 일이야.

 

- 혼자여도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왜냐하면 네가 있으니까. 너의 향긋한 목소리가 늘 내 옆에 있으니까. 향기가 기억하는 힘은 참 크지 않아? 내 안에 밴 너의 향기가 피어오를 때면 나는 정말 하얘지는 것 같아.

 

- 사랑한다는 말을 수천 번 한다고 해도 진심이 없으면 그건 해변으로 밀려가는 거품일 뿐.

- 미래를 만드는 자는 시간 속으로 헤엄치는 자야.

- 시간을 따라잡으려고 하거나 시간을 추월하려다가 다치는 거지. 왜 혼자 있는 걸 다들 두려워할까? 시간이 몸을 통과하도록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 마치 신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몸을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왜 소외, 고독, 절망, 불안, 스트레스를 껴안고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바람은 빈틈 속에 살아. 우리는 서로 물리치거나 가로막지 않아. 빈틈 속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동시에 관통하며 동시에 스며들지.

- 완전한 돌고래는 어떤 완전한 형체를 갖는 돌고래가 아니죠. 완전하게 되는 정해진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완전한 세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 그게 완전한 고래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에게 날개가 있는 이유는 바람을 접었다가 펴면서 창공을 날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야. 이 소중한 날개를 빗자루로 쓸 수는 없잖아.

-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줄 알아야 우리는 완전해질 수가 있지. 바깥의 영혼, 바깥의 힘, 바깥의 에너지가 네 운명을 결정하지 않아. 네가 가야 할 길은 네 속에 숨어 있어. 그 숨어 있는 길이 예언이라고 할 수 있지. 너는 그 숨어 있는 예언을 끄집어내야 한단다. 그걸 너의 푯대로 삼으렴.

김선태 편집위원 kstkks@me.com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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