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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인권경시와 성문제 해결에 어릴 때 인권교육 절실하다

기사승인 2019.05.13  12: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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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성정체성은 어릴 때부터의 가정, 학교 교육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 남영진 논설고문

집안 어른들이나 또래, 선배, 교사 등이 무심코 쓰는 “남자는 씩씩해야지” “여자들처럼 투정부리면 안 돼” “남자 놈이 왜 그리 겁이 많냐?” “니가 남자망신 다 시키고 있다.”등 말이 성에 대한 남성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에게 “여자는 얌전해야지” “여자는 첫째 얼굴이 예뻐야지” “여자가 남자를 이기려고 하면 안 돼” 등의 흔히 하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징계결정을 내렸던 건국대가 지난4월말 학교 인권센터에서 전 교수, 교직원등을 상대로 2019년 ‘폭력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2월 사회과학대학 소속 교수가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정교수 전임은 물론 시간강사까지 교육대상이어서 이번 1학기 언론대학원에서 한 강좌를 맡은 필자도 2시간에 걸친 교육을 받았다.

학교 내 인권경시와 성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을 안 건국대는 지난해 11월 대학 인권심포지엄을 개최한데 이어 이번 학기에 전 직원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학교망신’을 당한 건국대는 지난해 11월 학교 법학관에서 ‘대학 인권기구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인권심포지엄을 개최해 대학인권기구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했다.

이 심포지엄에 국가인권위원회 최혜리 상임위원을 초빙해 대학 인권 기구 책임자와 실무자 등과 함께 대학 사회의 인권 의식 제고와 성평등 문화 확산, 인권기관 간 협력방안 등을 모색한 바 있다. 당시 건국대 인권센터장는 “대학인권기구의 경험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당면한 대학내 인권 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인권의식을 높이고 성평등 의식 확산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센터 교육이라 해서 처음에는 대학에 많이 늘어난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무시와 차별, 그리고 교수와 교직원의 소위 ‘갑질’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단순한 인권의식 고양만이 아닌 학내 성희롱 실태, 나아가 한국사회에 만연돼 있는 성차별의식과 성매매실태 등 전반적인 문제를 망라했다. 건국대 인권센터는 지난해 성희롱사건 후 대학생과 대학원생 1200명에 대한 ‘인권의식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 인권 감수성이 낮은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언제든지 권력, 금력에 의한 차별적 ‘갑질’이 존재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의 인권교육이 중요하다. 사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생을 상대로 인권 강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4년 전인 2015년 발생한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것은 건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모교의 시간강사가 자신의 지도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대학원생 시절인 2015년 10월 지도교수를 모시고 대학원 졸업생, 박사과정 학생이 강원도 원주로 1박2일 2학기 워크숍을 갔다고 한다. 그녀는 "지도교수가 노래방에서 한명씩 노래를 시키더니 자기 차례에 '블루스를 추자'며 끌어내 백허그를 했다"는 것.

그녀는 "교수가 교원 인사권을 갖고 있어 당장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웠다"며 "사건후 문제가 커질까봐 한동안 참아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성희롱 사건 외에도 교수가 자신에게 지급해야 할 연구비 330만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자신을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킨 뒤 인건비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도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거짓"이라며 법적 대응을 했다. 그는 성희롱 의혹에 "10명이 넘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성희롱은 말이 안 된다"며 "사실을 확인하려면 동석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연구비 미지급 의혹에도 연구보조원으로 참여는 인정하면서도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는 바로 인권센터 조사와 내부 감사를 벌여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지난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교수는 학교 교원인사규정에 따라 교원 신분은 유지됐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임금 3분의 1만 받는 불이익을 받았다. 건국대 관계자는 "징계 처분은 성희롱 의혹과 연구비 문제뿐 아니라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국대가 밝힌 인권의식 조사결과 사건 유형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하는 폭언, 모욕, 비하언사 34%로 가장 많았으나 선배가 후배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학생 간 인권침해가 22%, 데이트 폭력도 10%나 됐다. 이런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장소는 10건 중 9건 이상이 환영회, 회식, 동아리 2차 모임 등 ‘술자리’에서였다. 교수의 행사참여 강요, 선배의 음주강요 등도 침해유형에 포함됐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치계, 법조계, 문화계, 언론계 등 ‘미투 운동’의 여파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성차별 발언이나 성희롱 행위 등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나 학내 성희롱 사건은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인권 사각지대’로 분류된다. 인권 감수성이 낮은 곳에서는 언제든지 권력, 금력에 의한 차별적 ‘갑질’이 존재한다. 어릴 때부터의 인권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kumbokju03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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