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검찰수사·압수수색, 임직원 극도의 피로감…’정말 삼성 망하길 바라나’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삼성이 검찰 수사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016년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검찰의 잇따른 압수수색과 재판,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 등 3년 넘게 기업 본연의 업무와는 무관한 일에 시달리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임직원들이 '정신적 감옥'에서 끊임없는 채찍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삼성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놓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 수뇌부 사실상 붕괴…삼성發 M&A는 소식 끊긴지 오래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그룹 임직원들을 계속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5월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을 총 19차례 압수 수색했다.

압수수색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와 '피로도 누적'은 극에 달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사실상 업무마비 상태에 빠진다"며 "전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이 압수수색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마치 거대한 범죄집단의 구성원으로 범죄행위에 조력하고 있는 듯한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일류기업이라는 자부심은커녕 같이 근무하던 선후배의 구속을 바라보면 허탈감에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삼성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전기계열사의 사업을 지원, 조율하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이는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의 컨트롤 타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관련 본류도 아닌 '증거인멸' 사안으로 다수의 임원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태다. 지휘관이 실종됐으니 최근 삼성 전자계열사발(發) M&A(인수합병) 소식을 듣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구글은 2018년부터 알려진 M&A 건수만 13건에 달하고, 애플의 경우 12건, 아마존의 경우 10건(2019년에만 6건) 정도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고작 3건에 불과하다. 삼성이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낀 삼성전자…애꿎은 희생양 처지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처 상위 5개사에 두 기업은 수년간 나란히 수위에 위치해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두 기업 어디도 포기할 수 없는 주요 고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미중 양국 중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라는 글로벌 대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기술기업 대표자들을 소환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 대단히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연간 12조원을 넘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 보이콧 전선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외국 기술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양대 경제대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국가 주도로 협박외교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유시장 경제주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미중의 대결 격화 속에서 '유탄'을 맞을 우려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니마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강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어느 순간 미국, 중국이 어느 한편을 정하라며 압박하는 형국이 조성될지 모르는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삼성 부품사업(반도체 디스플레이) 고사 위기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 TV·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 품목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하자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실제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정밀 타격을 받고 있다. 기초 소재 수급 실패로 이어져 삼성의 공급망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 소재인 3가지 품목은 재고량이 한 두 달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재가 고갈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그야말로 고사(枯死)될 수도 있다.

삼성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7일 전격 일본을 방문해 거래기업 및 현지 재계 관계자와 향후 대책 등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3개 핵심소재의 생산기업과 일본 재계 관계자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NHK 방송은 전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보복 조치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거머쥔 패권을 비메모리에서도 확보해 반도체 양 날개를 다 갖추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30% 감소하면 한국은 약 40조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입게 된다고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야성적 투자' 당부하면서 뒤로는 수사 받는 삼성 바이오 산업

정부는 지난 5월 바이오 분야를 국가 주력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 지원을 약속함과 동시에 기업에 보다 많은 투자를 당부했다.

삼성도 이에 앞서 인천에 CMO(바이오 의약품위탁생산) 제4 공장의 증설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김태한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공장 증설 논의가 표류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영진이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기에도 바쁘니 당연하다.

김태한 대표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제4공장 신축 등 삼성바이오의 핵심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CMO 전문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연일 생산공장 증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 자체의 진위를 밝혀 분식회계가 사실이라면 분식회계를 지시한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분식회계 여부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증거 인멸' 등 곁가지 사항으로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충북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기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있다./뉴시스

이는 학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같은 사항에 대해 판단 뒤집기를 반복하고 있다.

'삼성 압박' 촉구하면서 '삼성 역할' 기대하는 모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분식회계'에서 '승계이슈'로 변질시키고 일부에서는 삼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한국이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에 의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태는 삼성이 망하길 바라왔던 한국내 일부 좌파와 일본 강경 우파들의 바람이 결국 이뤄지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아직까지 삼성이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고, 삼성은 '약속 이행'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지만, '발이 묶여 있는' 삼성이 과연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기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줄 지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법인데 '유죄'를 예단하는 분위기 조성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 이제는 놓아 주어야..."제발 정치가 경제를 놔줘야 할 때"

삼성은 이처럼 외부 요인으로 풍전등화의 처지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체질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삼성은 국내 요인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현재까지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등 해외에서 소기에 성과를 거두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가 싶더니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려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로 체제에서 특례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구글, 아마존, MS, 화웨이,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걸을 수밖에 없는 삼성의 현실을 정부에 읍소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만 10만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 240조, 영업이익 58조를 넘긴 글로벌 일류 기업이다.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는 수출의 첨병이다. 올해 11월,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과(過)도 있었지만, 지난 반세기 수출 역군으로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정치권을 향해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놓아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직언을 날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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