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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아 삼만리'식 조국 수사, 실체 드러낸 ‘검찰 권력’

기사승인 2019.09.27  15: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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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키아벨리에게서 조언을 구한다면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전쟁은 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이자,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전쟁론』, 칼 폰 클라우제비츠, 김만수, 갈무리, 46, 77쪽).

▲ 김선태 편집위원

지금 우리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정치의 현장에 놓여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세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세운 법무부장관을 죽이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다.

기득권 개혁 대신 조국 낙마에 매달린 검찰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적 열망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정부에게 개혁은 하나의 목표 두 가지 방면으로 주어졌다. 하나의 목표란 이번 기회에 국정농단이 발붙일 여지를 없애는 일이며 그것은 지난 70여 년 동안 활개 쳐 온 기득권층이 더 이상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 기득권층은 다시 일제 잔재 줄여서 친일을 뿌리로 하는 기존 국정농단 세력과, 기소 독점권을 틀어쥔 채 무한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조직으로 나뉜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전자의 경우 대외 개혁에, 후자의 경우 대내 개혁에 해당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중반에 접어들어 이 양대 개혁을 본격 해결하고자 윤석열, 조국 두 적임자를 불러냈다. 현 정부의 인재를 통틀어 대체 불가능한 두 장수에게 각각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맡겨 개혁을 책임지운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외 개혁을 맡을 조직이 곧 대내 개혁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애초 대내 개혁을 마무리 짓고 대외 개혁에 나서는 것이 순서이겠지만 그 문제는 논외로 하자. 중요한 것은 기득권 청산에 나서야 할 검찰 조직이 기득권의 일부이며, 정부 조직의 일원이지만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별동부대라는 점이다. 때문에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한 정부 체계상 검찰의 지휘권자인 법무부장관이라 한들 개혁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을 예견해 온 검찰이 법무부장관의 하자를 찾아내 일찍부터 움직여 왔다는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자 윤석열 총장은 지체 없이 맞대응에 나서 자기 상관의 뒷조사를 시작했고 그것이 가히 쿠데타 수준이었음은 많은 보도에서 드러난 바다. 그중 핵심은 윤 총장이 검찰 내부 최고의 검객으로 불리며 국정농단 특검 이래 일관되게 호위무사로 부려 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이 건 수사를 맡긴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수사로 ‘검찰 권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애초 “피의자 조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조국 부인을 조사 없이 기소한 데서 이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었다. 실은 모든 증거가 확보된 패스트스트랙 사건이야말로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 가능한 사건임에도 검찰이 5개월째 손을 놓고 있는 것과 현저히 비교된다. 특히 한동훈 휘하 검찰은 ‘여론 흘리기’ 즉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로 조국 일가 죄인몰이에 탐닉하는 중이다. 한 부장의 요란한 수사 방식은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보기에 압권이다. 그 정도에 관해 KBS 라디오 대담에서 장용진 기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을 정도다.

“한동훈 검사장 (중략) 국정농단이라든지 사법농단 수사를 했던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수사 방식의 가장 안 좋은 예를 보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동훈 검사장 같은 경우에 수사를 할 때 어떻게 했느냐 하면 길이 하나 막히면 다른 길을 뚫어요. 거기서 막히면 또 다른 길을 뚫고 (중략) 그게 잘못 나가면 이번처럼 먼지털이식 수사가 된다는 거거든요.”(‘김경래의 최강시사’, http://naver.me/xB673IUx)

그리하여 수사가 ‘엄마 찾아 삼만 리’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확대된 결과, 리얼미터가 전날 실시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과도하다’는 응답이 49.1%로 ‘적절하다’(42.7%)를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상관을 기소하기 직전에 이른 검찰총장, 그에 굴하지 않고 인사권을 내세워 검찰 개혁을 서두르는 법무부 장관의 강 대 강 행보는 조만간 중대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 시점에, 또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요인을 들라면 단연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응이다. 문 대통령이 최고의 적임자라 칭찬한 두 장수가 전선에 나서기도 전에 자중지란을 펼치는 바람에 개혁은 고사하고 당장 여권 의석을 얼마나 야당에게 내줘야 할지 모를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 점을 판단하기에 앞서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윤 총장의 조 후보자 반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기득권 개혁 적임자라 임명한 이유는 국정농단 수사의 공적과 더불어 그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개혁에 매진할 것이라는 평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이는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윤 총장이 2013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며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누구보다 공사 구분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이 조직을 직접적으로 포섭하는 상위 개념이므로, 저 말은 형용 모순이다. 우리가 조직에 충성한다 할 때 실은 그 조직이라는 것이 하나의 이해관계로 뭉친 사람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나쁜 것은 검찰 조직의 경우 그 이해관계란 검찰의 기소권 독점이라는 해묵은 기득권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윤 총장이 임명 직후 가장 먼저 뛰어들었어야 할 일은 임명권자의 바람이자 시대의 과제인 검찰의 기득권 해소, 즉 검찰 개혁에 스스로 나서는 일이었다. 완전하지는 못할지언정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려는 원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조국 후보자의 허물에 집착하여 또는 호위무사의 보고에 넘어가, 결과적으로 검찰 기득권을 축소하고자 한 대통령의 의지에 반기를 들었다.

공사 구분에 대한 윤 총장의 모호한 판단을 다음 사례에 비추어 살필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한 동료가 그녀에 대해 자신의 민족인 유대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나 아렌트는 “나는 어떤 민족이나 집단을 ‘사랑’한 적이 없다. 내가 사랑한 것은 내 친구들 뿐”이라고 응수했다(『한나 아렌트』, 알로이스 프린츠, 이화북스, 190쪽).

이 때 말하는 민족과 친구는 공과 사가 명백히 다른 영역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검찰은 윤 총장에게 상하 위계만 다를 뿐 명백히 동일한 공적 영역에 속한다. 대통령이 그에게 맡긴 것도 검찰을 포함한 기득권의 부패와 권력 오남용을 소신껏 방지하는 일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나 아렌트는 스승 칼 야스퍼스의 생일 기념사에서 “용기와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충실, 이 셋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되는 미덕이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면서 “삶의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는 끝까지 충실한 것만이 참된 일임을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한나 아렌트』, 6쪽). 윤 총장에게 주인을 문 개라는 비아냥이 가해지는 이유이자, 여권이 합심하여 검찰 개혁에 집중해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일찍이 『로마사 논고』에서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부패한 공화국에서 탁월한 인물은 시기심과 야심을 품은 자들의 속셈 때문에 적으로 간주된다. 특히 평온한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논고』, 한길사, 358쪽) 마치 박근혜 정권 하에서 윤석열 팀장이 처했던 상황을 묘사한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처지를 이해한다. 그리하여 윤 총장 내면에 쌓인 불안이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 않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부패하지 않았고 윤 총장을 시기하는 관리들은 대부분 요직을 떠났으며, 그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 현 정부의 누구도 그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선의

인도 고전 우파니샤드에 따르면 “나약하고 일시적인 개별 존재에 세상과 분리된 독립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고 한다. 마키아벨리(1469-1527)는 신과 인간의 강력한 유대를 믿던 시대에 살면서 이와 같은 인간의 한계와 모순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꿰뚫어 보았다. 바로 이 지점, 즉 신의 부재와 인간의 탐욕이 현실 정치의 전제임을 그는 동시대의 누구보다 먼저 이해했다.

▲ 마키아벨리 초상 = 토비아스 슈티머(Tobias Stimmer), 1577년,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 소장

마키아벨리의 대표작 가운데 『로마사 논고』는 다분히 학술적인 역사비평서이며 『군주론』은 ‘논고’의 토대가 된 리비우스의 『로마사』에서 얻은 교훈을 당대 유럽 상황에 적용한 난세의 제왕학이다. 『군주론』이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이유는 이 책이야말로 통치 행위에서 윤리적 가식을 벗겨버린 최초의 정치학이자 실천을 위한 지침서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가령 마키아벨리는 “역사적으로 정적이 강해지도록 도움을 준 군주는 자멸을 자초했다”(3장)면서 이렇게 평가한다.

“인간(이 글에서는 신민(臣民)을 의미)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려고 하고 이익에 눈이 어둡다. 당신이 은혜를 베푸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당신에게 온갖 충성을 바친다. 막상 그럴 필요가 없을 때 사람들은 군주를 위해 피 흘리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그들은 등을 돌린다. 그러므로 전적으로 주위의 약속을 믿고 다른 대책을 소홀히 한 군주는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17장)

그러므로 “군주는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피할 이유가 없고 사랑을 받기보다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17장) 특히 “비상한 시기에 지도자는 타인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조언을 들어야 하며, 타인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존해야 한다.”(23장) 나아가 정치적 혼돈 상황에서 지도자는 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주로 힘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는 법으로는 많은 경우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힘이란 짐승의 방법을 말한다”면서 마키아벨리는 저 유명한 “사자가 되기보다는 여우가 되라”(18장)는 명언을 남겼다. 사자는 늑대를 혼낼 수 있지만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지만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는데, 정치 지형이 복잡할 경우 후자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이탈리아 통일이라는 야망을 품고 승승장구했던 체사레 보르자에게서 여우와 사자의 이상적인 합작체를 발견했지만, 보르자는 부친이자 후견자인 교황이 급사하면서 동반 몰락하는 비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1254년경 파리 고등법원을 창설한 루이 9세를 이 사례에 가장 어울리면서 동시에 성공한 군주로 들었다. 이 프랑스 왕은 대립하는 귀족과 인민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거드는 대신 법원이라는 중립 기관을 내세워 귀족을 견제하는 동시에 인민을 보호하는 묘책을 발휘했다. 이를 설명하며 마키아벨리는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19장)

여기에 『로마사 논고』의 견해 하나를 덧붙이면, “현명하고 훌륭한 지도자는 스스로 선량한 처신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의 자손들이 포악해질 이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자신과 인민 사이에) 절대로 성벽을 쌓지 않는다. 그리하여 좋은 군주는 성채가 아니라 인민의 선의에 의지하게 된다.”(『논고』 369쪽에서 정리)

이는 역사적 사실이기도 한데, 마키아벨리 시대에 저 유명한 체사레 보르자에게 쫓겨났다 간신히 나라를 되찾은 우르비노 공작 구이도발도는 공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의 견고한 성채를 헐어버렸고 그 뒤로 모든 게 평온했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에서 일관된 동기와 목표는 혼란에 빠진 국가를 안정시키고 지속시키는 일이었다. 그가 남긴 교훈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는 전쟁 같은 정치 상황에도 유효할 것이라 보는 이유다. [이코노뉴스]

 

김선태 편집위원 kstkks@me.com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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