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번영 상징 홍콩, ‘민주주의 유린’ 중국-홍콩 정부 책임져야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경기대 겸임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홍콩은 중국 남부 해안 어귀 주장 강 동쪽에 있는 도시다.

▲ 김홍국 편집위원

홍콩 섬, 주룽 반도의 남쪽 부분과 스톤커터 섬, 신계로 이뤄진 홍콩은 과거 번영과 발전의 상징이었다.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영국 못지않은 부와 행복이 넘치는 곳이었다. 홍콩 섬에 있는 빅토리아는 1841년 영국이 처음 상륙한 곳으로, 행정•경제 활동의 중심지로서 아시아의 금융과 경제를 상징한다고 평가할 정도로 번성한 도시였다.

초기에는 천혜의 자연항구와 수익성 좋은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로 발달했고, 산업적 성장으로 세계 무역 및 경제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된 홍콩은 때로는 아시아의 이상향과 같은 곳이었다.

실제 홍콩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교역 규모를 가진 무역 중심지역이며, 이를 입증하듯 홍콩의 법정 화폐인 홍콩 달러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이기도 하다.

필자도 10여차례 홍콩을 찾아 경제, 스포츠, 문화 등 각종 국제행사를 취재했고, 특히 금융시장이 발달한 홍콩의 주식시장을 찾아 다양한 현장 탐방과 인터뷰 기사를 취재해 게재했던 기억이 새롭다.

취재가 끝난 저녁에는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 홍콩의 야경을 보면서 함께 출장간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추억도 있다.

홍콩의 선진화된 증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스템과 세계 곳곳에서 밀려드는 자본과 대기업들, 관광객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그들 사회의 관행과 모습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보도하곤 했다.

1997년 중국 반환, 20여년만에 ‘민주주의 유린’ 최악 상황

그런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반환됐고,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기 시작하더니 중국 반환 20여년만에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 홍콩에서 시위 중 사망한 대학생 차우츠록을 추모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탄을 막고 있다.【홍콩=AP/뉴시스】

그동안 화물집산지, 제조 및 금융의 중심, 중국의 무역과 현대화의 선두주자라는 점과 함께 인구 과밀, 무역거래의 기복, 사회•정치적 불안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당초 우려한 심각한 사태는 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정부와의 마찰은 중국 반환 17년만인 2014년 9월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이 당시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사전 심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직후, 홍콩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

시위진압 당시 당국의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낸 시위대의 행동에서 우산혁명으로 불린 이 시위는 세달여만인 12월 15일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당시 당국의 권위주의적 대응과 시위대의 이탈로 시위는 79일 만에 끝났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열망을 확인했으며,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훼손된 홍콩의 민주주의가 해외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홍콩 민주주의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2년후인 2016년 의회 선거 이후 유권자 등록부의 불일치 및 선출된 국회의원의 자격 박탈, 서구룡 고속 기차역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의 법 집행 등의 일련의 사건들은 홍콩의 관할권 독립에 대한 극심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 13일(현지시간) 홍콩의 중문대학에서 시위 학생들이 손수 만든 화염병과 활, 방패 등 시위 장비를 갖추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홍콩=AP/뉴시스】

올해 들어 심상치않던 분위기는 지난 4월 3일 홍콩 의회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범죄인 송환법)'을 입법예고하면서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8월에는 170만명이 넘는 홍콩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당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여 비가 오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홍콩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의 규모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중국의 군대가 홍콩 접경까지 이동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홍콩과 중국의 긴장 상태가 고조되는 양상을 보였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됨에 따라 타이완에 이민체류를 신청한 홍콩인이 급증하고 있고, 호주와,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도 이민을 가려는 홍콩인들의 수가 늘어나는 등 홍콩은 불안감과 공포의 도시로 변하가고 있다.

경찰 강제 진압과 총기 발사, 되돌릴 수 없는 반민주폭거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경찰의 강제 진압과 총기 발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새벽 홍콩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 부근 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홍콩과기대 컴퓨터과학과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이 8일 오전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 홍콩과기대 2학년 차우즈록이 8일 오전(현지시간) 숨지면서 그를 추모하는 플래시몹이 열린 가운데 그의 사진을 든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홍콩=AP/뉴시스】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한 차우츠록은 뇌출혈 후 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전날 병세가 악화돼 끝내 사망한 것이다. 홍콩 시위 5개월 만에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첫 사망자였다.

시위가 본격화된 6월 9일 이후 1주일 만에 30대 남성이 고공시위 도중 추락해 사망하는 등 그간 건물에서 떨어지거나 바다에서 시위 참가자의 주검이 발견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경찰과 직접 충돌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쳐 목숨을 잃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10월5일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체포자가 급증하고, 중국이 연일 강경언사로 폭동 진압을 촉구하는 등 시위대를 향한 압박이 고조돼 시위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분노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시위대는 8일 고인을 추모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고, 9일 대규모 집결을 예고하며 경찰에 맞선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이어졌다.

이어 11일 오전 홍콩 경찰이 시위자 2명에게 실탄 사격을 가해 1명이 중태에 빠졌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자를 검거하던 도중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실탄을 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관이 신체적 위협을 받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시위대의 다리나 팔 등이 아닌 가슴을 직접 겨냥해 실탄을 쏜 것은 사실상 살인에 가까운 충격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의 경찰관은 곧이어 다른 시위자를 향해 두 발을 더 발사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홍콩 경찰과 배후의 중국 당국은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중국 태도 강경, 거세지는 진압강도, 유혈사태 책임져야

홍콩 경찰은 문제의 경찰관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SNS를 통해 중계된 총격 장면은 명백한 공격 행위임을 입증하고 있다.

아무런 사전경고도 없이 시민을 향해 곧바로 총격을 가한 것은 사실상 살인행위다. 홍콩 시위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것은 세 번째지만, 이날 총격은 대낮에 이뤄진 데다 총격 장면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돼 충격을 더했다.

지난 8일 시위 도중 추락해 사망한 차우츠록을 추모하기 위한 시위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분노를 샀다. 시위에 따른 사망자를 기리고자 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한 홍콩 경찰의 행태는 용서할 수 없는 공권력에 의한 범죄다.

▲ 8일 홍콩 도심에서 경찰 시위 진압 첫 사망자인 대학생 차우츠록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양초를 이용해 '우리는 자유를 위해 태어났다(We are Born to be Free)'라는 글씨를 세기고 있다.【홍콩=AP/뉴시스】

여기서 더욱 우려스럽고 분노케하는 것은 이같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지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다.

지난달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한다고 밝힌 직후 진압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홍콩 경찰이 일부러 시위대의 폭력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홍콩 언론은 오는 24일 열리는 18개 선거구의 구의원 452명 선출투표에서 친중파 세력이 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폭력 시위를 구실 삼아 선거를 연기하려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1200명)에 포함되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홍콩 당국이 지난 5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표결 때 반대표를 던진 야당 의원 3명을 최근 체포한 것도 이같은 정치적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친중국 성향의 홍콩 당국이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는 엄청난 국가범죄이고 반인도적 범죄로 국제사회의 단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유린 경험 공유 한국, ‘홍콩 민주주의’ 응원할 것

최근 홍콩 상황은 심각한 민주주의와 자유의 위기를 반증한다.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기 전부터 민주주의가 발전해왔음에도, 중국 반환 이후 시민의 정당한 권리인 집회를 억압하고, 시위자에 총격을 가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표방해온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가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게 폭력 진압을 중지하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 캐리 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이 4일(현지시간) 제2회 중국 상하이 국제수출입박람회 참석차 상하이를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상하이=AP/뉴시스】

유혈사태의 책임은 홍콩 경찰에 강경 진압 지시를 내린 중국정부가 져야할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시위대에 대한 총격과 최루탄 발사로 무고한 학생과 시민의 죽음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는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주요 국가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공식적인 책임을 지는 한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인권과 기본권, 집회결사의 자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할 것이다. 민주 대한민국은 홍콩의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응원할 것이다. 어디로 가시나요? 쿼바디스 홍콩?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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