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박항서 난리'가 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72) 감독에게 열광한 우리나라와 같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대회 준결승에서 2-2로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뉴시스 자료사진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AFC 주관 대륙 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앞서 8강에서 이라크를 상대로도 승부차기까지 벌여 연이어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축구 변방 동남아시아 나라가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 하노이를 비롯해 베트남 전역이 승리의 기쁨으로 가득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112위인 약체 베트남 축구의 선전이 베트남 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대단하다.

박항서 감독을 놓고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코치로 이끌었지만 감독으로서는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던 현지 언론도 박 감독을 향해 돌아섰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을 맡았다. 3개월 만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친 것이다.

1988년 은퇴한 박 감독은 1996년까지 LG 치타스에서 코치로 있다가 1997년 수원 삼성으로 옮겼다.

2000년 11월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된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도왔다. 푸근한 외모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노릇을 훌륭히 해냈다.

박항서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얻은 것을 즐기고 싶다. 기적이 계속되든, 아니든 기다려보라"면서도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 얻으려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남긴 명언 "나는 아직 배고프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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