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 등 인기과자 개발 이야기-해태제과 인수 등 경영철학 담아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자전(自傳)적 성격의 경영에세이를 출간했다.

1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대표이사 김대성)의 출판 브랜드인 지에이북스는 ‘과자는 마음이다-윤영달 크라운해태를 그리다’를 출간했다.

▲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이 경영에세이에는 윤 회장이 죠리퐁과 버터와플과 같은 인기 과자를 개발한 이야기는 물론 IMF 구제금융 시절 파산의 위기를 크로스마케팅 기법을 통해 이겨낸 과정이 생생히 담겨있다.

‘과자는 마음이다’를 통해 윤 회장은 2005년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으며 제과업계의 판도를 바꾼 해태제과 인수 과정의 막전 막후의 비화도 털어놓았다.

어릴 적 꿈이 자전거 가게 주인이었을 정도로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윤 회장은 유학 시절 미국인들이 즐겨 먹던 시리얼을 보고 한국의 과자인 뻥튀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죠리퐁’ 개발에 착수했다. 옥수수부터 보리와 팥, 율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물로 실험을 거듭한 끝에 밀쌀이 건강에도 좋으면서 잘 튀겨진다는 사실을 어렵게 알게 되었다.

1972년 시판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죠리퐁’은 그렇게 윤영달 회장의 손에서 태어났다. 제작은 물론 과자 이름부터 포장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죠리퐁’은 한국형 시리얼의 원조라 할 수 있다.

1997년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의 CEO로 복귀하면서 ‘크라운산도’ ‘죠리퐁’ 등의 몇몇 브랜드에 의존하던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경영 혁신에 나선다. 크라운제과를 제과 시장 1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홍삼 드링크를 포함한 음료와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300개까지 확대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1998년 말 한국을 강타한 금융위기였다.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그는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경영권 포기 각서를 쓰면서 ‘법정화의’를 신청한다. 이후 채권자들과 거래처들의 압박 속에서 크라운제과의 서울 묵동 공장을 매각하는 등 자산을 정리하고 230여 개에 달하던 품목을 70개로 선별함으로써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저자는 5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 크라운제과 영업용 차량을 도색하고 본사 사옥을 강남으로 이전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감행한다.

또 크로스마케팅 경영 기법을 도입해 회사를 정상화 시킨다. 저자가 직접 명명한 경영 기법인 크로스마케팅은 크라운제과가 신제품을 양산할 수 없는 경영 환경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전략이다.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대만의 제과 업체들의 인기 상품을 크라운제과의 브랜드로 한국에 출시하고 반대로 크라운제과의 인기 제품을 대만 시장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크라운제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낸다.

▲ 『과자는 마음이다-윤영달 크라운해태를 그리다』= 윤영달. 지에이북스. 2018년 9월 13일 출간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윤 회장은 2005년 해태제과 인수를 성사시킨다. 매출액 규모가 크라운제과의 3배에 이르렀던 ‘고래’를 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제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조직이 느린 조직을 흡수하는 시대”라는 그의 철학이 주효했다.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축적한 자본과 군인공제회를 투자자로 참여한 것도 해태제과 인수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해태제과 인수 후 그는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직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 할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직원들이 과자 상자로 예술품을 만드는 ‘박스아트’ 프로그램을 도입해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처럼 크라운제과의 경영 위기와 해태제과 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 크라운제과가 법정 화의에 들어가면서 경영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산등반에 나섰던 저자는 산자락에서 대금 소리를 듣고 억울함과 분노로 타오르던 자신의 내면이 정화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대금을 배우기 시작한 저자는 국악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조각과 시 분야에 걸쳐서 두루 관심을 넓히게 된다.

그는 국내 최초의 민간 국악단인 ‘락음국악단’을 창단하고 한국 최고의 국악 명인들로 구성된 ‘양주 풍류악회’를 결성한다. 또 2004년부터는 매년 국악 공연인 ‘창신제’를 개최하고 있다. 크라운해태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메세나로서 기왕이면 예술 각 분야에서 소외되고 있는 예술 장르를 지원하려고 마음먹은 그가 미술 분야에서 선택한 것은 ‘조각’이었다. “과자 역시도 조형 예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조각가들이 마음 놓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틀리에를 경기도 양주 아트밸리 내에 조성하고 직원들이 조각의 기본 원리를 터득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크라운해태 직원들은 2014년 1월 경기도 양주 아트밸리 일원에서 개최된 ‘양주눈꽃축제’에서 1,000여 개에 달하는 눈조각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또 2017년과 2018년 1~2회에 걸쳐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여름밤의 눈조각전’을 개최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 서울 한복판에서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이 직접 만든 눈조각을 감상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섰다.

또한 야외 조각 전시회인 ‘견생·보면 생명이 생긴다’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 전국의 공공기관 및 공원과 병원 등에서 순회 개최해왔다.

음악 분야에서 국악을 미술 분야에서 조각을 집중적으로 후원하고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이 배우는 장르로 선정한 저자는 문학에서는 ‘시’(詩)를 선택했다. 시가 모든 예술 장르의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직접 써보는 연습이 가능하고, 점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로부터 수년에 걸쳐서 습작 수업을 받은 크라운해태 임직원들의 시는 선별 과정을 거쳐 3권의 시집으로도 출간되었다.

윤 회장은 서울 인근의 골프장 부지로 손꼽히던 서울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대에 100만평에 달하는 크라운제과 연수원 부지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아트밸리’로 조성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축제 복원과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2013년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이처럼 크라운해태를 예술경영의 모범 사례로 가꾸어가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윤영달 회장은 “과자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50년 가까이 크라운해태제과를 이끌면서 과자를 통해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다시 찾아주고 꿈과 상상력을 불어넣기를 소망해왔다. 윤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해 과자를 만드는 크라운해태 임직원들이 ‘과자에 예술적 감성과 정성을 담을 줄 아는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자는 마음이다’에는 “직원이 아티스트가 되면 그들이 만드는 제품이 바로 예술이 된다”는 윤영달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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